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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날을 돌아보며
  글쓴이 : 레오     날짜 : 08-10-19 04:14     조회 : 2954    
이수현씨,

저랑 비슷한 세대에 그리고 비슷한 곳에서 공부를 하셔서 사고를 당하시던 그날의 안타까운 심정을 기억합니다.

저도 96년 겨울 일본 동경, 신주꾸에 있었네요. 선배라고 불러주시면 고맙구요. ^^ 신오오쿠보까지 늘 통학했고, 제대후 일본에서 삶의 도전이란 걸 새로 느꼈지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타타미 6조의 하꼬방에서 공동 생활하고, 라면으로 한끼 때우며 그래도 일본어 책을 놓지 않았던 그때가 제 인생의 전성기였던 것 같습니다. 선배랑 둘이서, 6인분의 밥솥에 한가득 밥을 하고, 김치찌게를 끓여서 밥을 먹다 너무 배가 불러서 숫가락을 놓으니, 선배가 하신 말씀이 "너 아직 일본 생활이 뭔지 잘 모르는것 같다, 일본생활 수칙 1조, 먹을수 있을때 최대한 먹어둬라, 그뒤 언제 또 밥을 먹을지 모르니... "
반성하고 다시 숫가락을 잡았습니다. 둘이서 그 밥을 모두 해치웠지요, ^^
그후 빽도 줄도, 돈도 없던 그선배는 2002년 한국에서 늘 꿈꾸어왔던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수현씨도 인생의 절정에서 모든이에게 "인생은 이렇게 사는거야"라고 행동으로 보여주신 것 같네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었냐고 지금 만나서 물어본다면, 아마 씩 웃으실것 같습니다.

전 지금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어 학교 시절엔 하루 생활비 1천엔도 아껴썼었던 기억이 납니다. 1천엔이면 큰돈이죠? ㅋ
지금은 편의점에 가면, 1천엔 정도는 그냥 물쓰듯(?) 쓰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일본의 슈크림이지요. 편의점의 슈크림도 상당히 맛있어요. 한번 만나면 제가 맛보여 드리고 싶네요. 종류도 편의점마다 틀려서 그것도 가르쳐 드리구요.

수현씨 처럼, 그리고 용준씨처럼 대한민국을 널리 알려주시고 노력해 주신 덕분에 지금 한국과 일본은 비자면제체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고 하면 일본인과 동등한 수준이란 인식을 일본인에게 심어줄수 있게 되었지요. 예전에 제가 학교 다녔을때 그리고 추모영화의 예고편에서 보았던 외국인이라는 편견을 일본인들의 뇌리에서 조금이나마 지울수 있었던 건, 아마 수현씨와 같은 분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운전면허를 갱신하러 가도, 공무원들이 한국어로 인사하며 친절하게 대해줍니다. 한국어를 잘하고 싶다고도 이야기 하구요. 예전에 비하면 너무 많이 바뀌었지요.

한국인으로써, 자랑스럽습니다.
저도 조국을 위해서 무언가를 시작해야 하는데 무엇이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써,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직 저도 젊어요. 포기할 필요는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저도 12년을 앞만보고 뛰어 왔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힘차게 뛰어 보려고 합니다. 한번뿐인 인생, 수현씨의 분까지 저도 더 노력하고 싶습니다.
지금의 저에게 조금만 힘을 빌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수현씨를 위해 기도 드릴께요.

그럼,

레오